여느 때와 다름없이 협력업체 사장님의 전화를 받고 제품 검사를 하러 갔다.
사장님의 구수한 말투는 언제 들어도 정감이 갔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이지만 말이다.
매일 있어야 할 장소에 제품을 가득 실은 3톤짜리 트럭이 보이지 않았고, 웬 낯선 고급진 승용차만 덩그러니 주차해 있었다.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 고급진 승용차에서 협력업체 사장님이 내릴 줄이야.
한껏 꾸민듯한 옷차림, 멋진 구두, 멀끔한 헤어스타일까지 내가 알던 사장님이 아니었다.
내가 알던 사장님은 긴 바지를 입어도 더워서 한쪽 무릎은 시원하게 오픈한 스타일에, 낡은 3톤짜리 트럭에서 내리며 "어~ 검사 좀 해도~" 하며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사장님이었다.
나는 달라진 사장님을 보며 당황한 채 제품이 있던 말던 그 차량에만 관심이 갔다. 사장님은 회사차라고,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오늘의 옷차림, 고급진 승용차를 보는 순간 사장님의 사소한 행동, 몸짓까지 달라 보였다.
나의 행동거지 하나가 작아지고 사장님께 잘 보이려는 나의 물질만능주의적 모습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더 한심한 것은 사장님과 얘기 중에는 나의 사소한 언행들이 대화 중에는 자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내 자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결국 사장님이 사내에 방문한 이유는 묻지도 않았고 자동차 얘기만 주구장창 하다가 각자 업무로 돌아섰다.
과연 이 글을 쓰며 자아성찰 한 나는 내일 또한 물질만능주의적 사고에 묶여 살까?
정답은 없지만 나는 "자아성찰"이라는 사자성어의 뜻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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