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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남들이 생각하기에 일반적인 알바, 그 안에서 선물을 찾다

 대학생 시절, 군대를 막 전역하고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여전히 손님들에게 "뭐 드릴까요~?" 보다는  "다"나"까"가 편했던 시절이었다.

아르바이트 생활에 적응할 때 쯔음 영화관에서 추억의 영화 행사라는 명목으로 이벤트를 했는데 우연히 "봄날의 간다"라는 영화의 검표를 도왔다.

 

영화가 끝이 나고 손님들의 퇴실을 도와드린 후 상영실 정리를 하려고 입장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께서 나오지 않고 가만히 계셨다. 마치 영화의 끝을 기다리던 것처럼 보였다.

 

퇴실을 도와드리려고 가까이 가던 중 두 분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를 알았다. <봄날은 간다>를 직접 상영해 보지는 못했지만 손님들께 최소한의 줄거리를 설명해 드리기 위해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은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 흐르는 잔잔한 배경소리,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살아온 세월을 회상하며 감상하였을 할머니의 시선, 영화의 줄거리 등이 두 사람에게 깊은 여운을 준 것일까. 할머니의 두 눈에서 세월이 흐르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도 옆에서 다독여주시는 할아버지, 세월을 품은 할머니의 눈물, 영화의 슬픈 배경음악 등이 삼위일체 되어 나의 감성을 건드렸다. 그 짧은 찰나의 시간에 나의 두 눈에 그들의 세월이 흘러내렸다.

 

복잡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타인의 행동에서 나만의 생각으로 그들의 감정을 공감하고 함께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오래된 얘기지만 그때의 감정을 회상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