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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크림 대신 블루베리를 얹어 먹다.

 추석 연휴 후에 또다시 찾아온 3일간의 연휴.

아침의 내 몸은 익숙한 듯 7시도 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나 버렸다. 추석 연휴와는 달리 이번 연휴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라 설렘이 두 배로 큰 이유였던 것일까.  주말 일과를 금요일에 한다는 것이 익숙지는 않았지만 아침부터 집 청소며 빨래에 모닝 운동까지 마친 후 내다본 창 밖의 하늘은 너무나 청명하여 한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마치 지금 보고 있는 하늘이 나에게 밖으로 나오라며 손짓을 한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 손짓에 이끌려 집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공원을 목적지로 삼고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각자 목적지가 있을 것이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집에다 두고 내 몸과 자유를 갈망하는 내 정신, 이 두 가지만 가지고 오늘을 즐기겠다 다짐했다.

 


 공원을 3km 정도 앞두고 전망이 화려한 카페에 차를 세웠다. 자주 먹던 와플과 커피를 주문하고 카페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평일과는 사뭇 다른 사람들의 여유에 내 마음까지 여유로워짐을 느꼈다. 진동벨이 울리고 주문했던 음식을 받으러 갔는데 평소에 나오지 않던 블루베리 소스가 생크림과 동시에 나왔다. 어차피 나는 생크림에만 와플을 먹으니 블루베리는 아무렴 상관없었다. 전망이 끝내주는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신선한 바람과 함께 즐기는 커피와 와플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카페 안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평소였다면 어떤 노래가 나오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나의 귀는 클래식한 음악의 가사를 들었다. 해석은 무리였지만 그냥 가사를 들었고, 괜히 아는 영단어가 나오면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내 몸이 느꼈고 나의 뇌가 느꼈다. 오늘의 나는 바쁨에 찌들었던 삶에서 벗어나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기존에 느꼈던 모든 느낌의 반대되는 평화롭지만 새로운 느낌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와플을 집었던 포크는 생크림 대신 블루베리 소스를 향했고 사소하지만 새로운 도전은 역시나 새롭고 신비한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나는 오늘의 여유를 생크림보다는 블루베리와 보내고 싶었다.

 

 

"가끔은 아니, 기간을 정해 두자
한 달에 한 번은 생크림보다는 블루베리를 찍어 먹기로 하자"

 

 연휴의 시작인 오늘 나는 반복되는 삶의 패턴에서 벗어난 새롭고 신선한 패턴을 블루베리와 보냈다. 그리고 내가 약속한 나와의 약속을 블루베리 약속이라 칭하고 꾸준히 지켜나갈 것임을 약속했다.